2023. 8. 18. 18:14ㆍ한글번역/Hexa Hysteria
레시피의 첫 페이지
2011년
2월
26일
Description (정보)
(아내의 사후 7째 날에 이스트 우드 북스에서 구매함)
(2011/02/26)
Recovered data (복구된 데이터)
Farewell at the cemetery (무덤에서의 작별)
“다 왔다.”
20분이 지나고 목적지가 눈 앞에 보이자 모모카는 걸음을 멈췄다.
“왜 그래? 힘들어?”
“아니… 그냥 마음의 준비가 필요해서.”
모모카는 깊은 숨을 내쉬었다.
“기분이 이상하지 않아?“
“…아빠도 조금 이상해.”
나는 한숨을 쉬고 조용히 길가에 앉았다. 모모카도 멈춰서 조용히 내 옆에 앉았다.
모모카의 보폭은 나보다 조금 작아서 천천히 걸어야 했다. 게다가 먼 거리도 아니였으니 모모카는 나보다 매우 지쳤을것이다.
“엄마한테 뭐라고 할지 생각 했어?”
“생각 했지… 아빠는?” 모모카는 길가에 난 나뭇가지로 길 바닥에 있는 돌맹이들을 건드렸다.
“아빠는 하고 싶었던 말은 다 했고, 올 때마다 몇 가지만 덧붙였어.”
“정말 까다로운 표현이네…”
“너는 엄마한테 뭐라고 하고 싶은데?”
“비밀이야.”
“이 사랑하는 아빠에게도 말할수 없겠니?”
“안돼… 엄마한테만 들려줄거야.”
“말해주면 안돼?”
“싫어~~~!”
오늘만 벌써 세 번째로 생각하는건데, 진짜로 사춘기인것 같다.
마음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했지만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아빠 지금 무례한 생각 하는 거지?” 모모카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냥… 네가 정말 많이 컸다고 생각했어.”
“참 이상한 말이네…”
“충분히 쉬었니? 모모카?”
“그럼.”
모모카가 먼저 일어섰다. 모모카가 내 앞으로 걸어왔고 햇빛이 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눈을 감았다.
“왜 그래?”
“아냐 그냥…”
모모카의 그림자가 점점 엄마를 닮아가는 것 같다.
아직 12살 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닮지 않았다고 할 수 없다.
“아니, 엄마를 닮지 않았으면 좋겠어…”스스로 속삭였다.
“뭐?”
“아니야 가자. 엄마 목 빠지겠다. 그렇지?”
나도 일어섰다.
우리는 가벼운 걸음으로 묘지로 들어갔다. 묘지의 관리인이 우리를 보고 살짝 인사했다.
아내의 무덤은 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묘비는 부숴지진 않았지만 10년 보다 더 되어 보인다. 묘비의 왼쪽에는 관리인이 꽃을 꽂아 놓았다.
“엄마한테 줄 거 있어?” 모모카가 묘비 옆에 있는 꽃병에 꽃을 놓으며 말했다.
“어제 네가 산 꽃이랑, 달걀 샌드위치 남은거, 초코칩 쿠키 한 봉지.”
“…엄마가 좋아 할까?”
“네가 준거면 다 좋아할거야. 그리고 엄마는 단걸 굉장히 좋아했어.”
“음…”
내 가방에서 음식을 꺼내고 모모카에게 건네줬다.
모모카는 조용히 무덤 앞에 놓았다.
“괜찮아 보여?”
“반대편에 있는 꽃이랑 일직선이 되게 조금 더 뒤에 놓으면 어떨까 싶어.”
아내가 꽃을 어떻게 놓든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걸 알지만 그냥 그렇게 말했다.
“이렇게?”
“어, 응.”
“묘비가 아직도 엄청 깨끗하다.”
“나가는 길에 관리인한테 고맙다고 하자…”
거의 동시에, 우리는 함께 손을 잡고 조용히 기도했다.
3초가 지난 후, 고개를 들었다.
“엄마랑 먼저 얘기할래?”
“아니 아빠가 먼저 해. 난 먼저 옆에서 좀 쉴게.”
모모카는 조금 부끄러운지 내가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돌아서서 자리를 떴다.
모모카는 묘지 뒤쪽으로 걸어갔다. 직접 말하지 않았지만 나한테 나만의 공간을 주고 싶어하는 것 같다.
“……요즘 모모카는 진짜로 사춘기가 온 것 같아.”
나는 모모카가 떠난 쪽으로 혼잣말을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아내와 대화할 준비를 시작했다.
“글쎄... 뭐라 해야 할까……
아니다, 나는 부끄러워 하기엔 너무 늙었어.
난 요즘 좀… 피곤해…
모모카 봤어? 너한테 교복을 보여주고 싶어했어.
난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데 모모카는 그렇게 좋아하진 않나봐…”
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아직 해는 완전히 지진 않았지만, 내 머리 뒤에 있었다.
“모모카는... 요즘 좀 예민한 것 같아서 익숙치가 않아.
하지만 모모카는 성숙한 아이라 문제 없다고 생각해.
물론 문제가 생기더라도 해결할 방법을 찾을 거야.
문제 없을 테니 걱정하지 마.”
구름이 드문드문 있었지만 그래도 잘 보였다.
눈을 감았다.
“……요즘 모모카가 널 닮아가고 있어, 특히 똑똑한 부분 말이야.
사실 이게 좀 걱정돼. 나도 여기 오는 길에 좀 놀랐어.
그래도 너처럼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 안 그러면 앞으로 안 좋은 일을 많이 겪게 되겠지…
최근 들어 내가 늙는걸 느끼고 있어. 시력도 점점 안 좋아지고 있고…
이런 건 지금 말할 필요는 없겠네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
하하, 나 이제 막 40살이 됐어. 이 말을 하게 되어서 너무 슬프네. 조금 더 오래 살았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너도 내가 모모카를 오래 지켜봤으면 좋겠지?
……그런데 그때 했던 약속 말이야. 전부 지키고 있어.
나 아마도 꽤 잘하고 있는 거 같은데 조금 칭찬해 주지 않을래?
넌 항상...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이었지만, 이번에는 나도 정말 잘한 것 같아.
나도 힘들긴 한데 계속해야지.
그러니까 전혀 걱정할 필요 없어.
모모카는 우리보다 더 멋지게 크고 있어.
내가 모모카를 걱정하는 게 아니고, 모모카가 나를 더 걱정할까 봐 걱정돼.
모모카는 자라서 멋진 사람이 될 거야. 모모카가 세상을 뒤바꿔 놓을걸?
……모모카가 원하는 건 다 해주고, 하기 싫어하는 건 안 할거야. 어때? 괜찮지?
어쨌든, 오늘은 여기까지, 나중에 봐.
내년에 또 올 거니까 너무 외로워하지 마.”
혼잣말 하는거에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나도 결국은 40살인데.
그렇지만 나는 내가 말하고 싶은 모든 것을 말했다.
이제 슬슬 모모카를 부를 때가 된거야 같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자 마자 모모카는 이미 내 뒤에 와 있었다.
“끝났어?”
“응.”
“그럼 이제 내 차례네.”
모모카는 가방에서 편지를 꺼내 묘비 위에 올려놓았다.
“편지 썼어? 엄마랑 직접 얘기하고 싶지 않아?”
“아니, 엄마가 가끔 뭔가를 읽고 싶어 할 것 같아서… 말했으면 좋겠어?”
“아니… 그냥 조금 놀라서.”
“음…” 모모카는 잠시 고민했다.
“아니, 이번에는 그냥 편지를 쓰고 싶었어.”
모모카는 내 눈을 들여다봤다. 내 생각을 읽고 싶은건지, 아니면 단순히 나를 보고 싶은건지 알 수 없었다.
“가자. 아님 여기 더 있을래?” 끝내 모모카가 말했다.
“아냐, 가자.”
모모카는 묘지를 떠날때 까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난 눈을 감고
“모모카!”
갑작스럽게 입구 앞에 있는 딸을 불렀다.
“왜 그래?”
“아빠가 늙으면 그때 다시 여기로 데려와 줄 수 있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뭐? 아빠가 그렇게 말 안 했어도 하려고 했어.”
모모카는 강한 어조로 대답했고, 내가 그런 감성적인 말을 하는 것을 분명히 좋아하지 않았다.
나는 모모카의 귀가 약간 빨갛다는 것을 희미하게 알 수 있었다.
“가자! 나 사당 보고싶어”
그냥 너무 깊게 생각한건가 싶다.
넌 이제 보살핌이 필요 없는 아이가 아냐. 널 걱정한 적이 한번도 없어.
“나는 언제나 모모카와 함께 할거야.”
나는 마침내 모모카를 따라가기 전에 아내를 바라보고, 그녀에게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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